기록

노래방

rdces 2023. 8. 13. 20:50

내가 다니는 학교 앞에는 자주 가는 노래방이 있다. 1학년 때 선배들이 소개해준 곳으로 군대를 다녀와 마지막 학기를 앞둔 4학년이 된 지금까지 매우 애용하고 있다. 주변 친구들이 나보고 그 집 아들이라고 할 정도이고, 그래서인지 천 원에 두 곡으로 바뀐지 오래지만 갈 때마다 천 원에 세 곡 꼴로 서비스를 받는다. 사장님과도 매우 친해 다른 손님들에게는 존댓말을 쓰시지만 내게는 반말을 하시고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는 담화를 나누기도 했다. 사장님과 이렇게 친해진 이유에는 물론 자주 가서도 있겠지만 진짜 이유는 '물'이라고 생각한다.

 

혼코노를 좋아하는 나는 발성이 좋지 않아 목이 금방 아프곤 한다. 그래서 노래방을 갈 때는 항상 물을 많이 마시는데, 가끔 물을 2개씩 마실 때면 사장님께서는 요즘 학생들은 물을 잘 안 먹던데 학생은 물을 참 많이 먹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게 기억에 남아서인지 나는 항상 갈 때마다 노래방에서 물을 사먹는다. 지금은 편의점에서도 물이 1000원이지만 3~4년 전까지만 해도 600원 짜리 물이 있었고 추가 증정 행사까지 생각하면 편의점에서 물을 사가는 게 이득이었는데도 물을 사먹었다. 노래방에 외부음료가 금지인 것도 아니었으나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어 웬만하면 바깥에서 물을 가져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목이 말라 샀던 물이 남았거나 학교에 텀블러를 가지고 간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 때는 가방 안에 숨겨서 들어가므로 사장님은 물을 가져온 걸 모르실테지만 내가 제 발에 찔려 "오늘은 물이 있어서요. 물 없이 3000원 할게요."라고 말한다. 노래방을 간다면 그 곳에서 물을 사먹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서 하기 때문인데, 이런 걸 의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며 사장님조차도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다. 쓸 데 없이 생각을 많이 하고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쓰는 탓이지만 이 때문에 사장님께서 나를 쉽게 기억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와 비슷하게 하는 행동들이 있다. 노래방에서 나온 쓰레기는 그 방의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바깥의 큰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 먹은 플라스틱 물통은 찌그러뜨려서 버린다. 나로 인해 사장님께서 하셔야하는 일이 늘지 않길 바라며 하는 행동이지만 사장님께서 이를 아실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항상 갈 때마다 "왔어~"라며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시는 사장님을 보면 기분이 좋고 서비스를 많이 받을 때면 더욱이 기분이 좋다. 그래서 좋은 기분을 선물해주신 사장님께 하는 나만의 감사 표시이다. 그 사람이 알지 못하더라도 나를 기쁘게 해준 사람이 나로 인해 조금은 덜 고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